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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OOM | KIM YOUNG JIN

DESIGNER KIM YOUNG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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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Tchai)가 만드는 차이(差異)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제목은 '흑갈색 저고리, 검은 버선… 흑인 혼혈 소녀가 입은 한복, 이렇게 고울 수가'.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과 스타일리스트 서영희가 공개한 2018년 컬렉션 라인 화보에 대한 기사다. 그녀의 아름다운 한복을 입은 모델은 흑인 혼혈 소녀 배유진. 피부는 검지만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어로 공부하는 다문화 가정 출신 한국인이다. 김영진은 배유진에게 짙은 푸른색 저고리, 버슬 라인을 극대화한 치마, 프린트가 새겨진 장옷을 입혔다. 일부러 더욱 짙어 보이게 연출한 검은 피부, 프랑스 레이스 원단, 이탈리아 명품 원단, 인도 사리 원단 등 이국적 소재로 만든 한복은 서로 대비되는 풍경을 보여준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한복이 맞는지, 우리가 느끼는 한복의 전통미를 담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면서도 생경한 아름다움에 홀리는 사진. 기사 속 디자이너 김영진의 말은 이렇다. “전통 한복이라 할 때 그 '전통'의 기준이 무엇일까 알고 싶어 공부를 했어요. 18세기 후반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볼 수 있는 대담한 한복인지, 16세기 후반의 장저고리인지, 1960년대의 일상적인 한복인지. 공부하다 보니 한복은 패션이고, 그 모양은 디자이너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차이 김영진, 차이킴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이 만드는 한복은 자유롭다. 그녀의 브랜드 이름 ‘차이’처럼 전형적인 것과 완벽한 ‘차이’가 있다. 이는 그녀가 한복을 처음 만든 출발점에서 찾을 수 있다. 김영진은 연극을 한 적도 있고, 루이 비통 남성복의 슈퍼바이저로 일하기도 했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섬유 다루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퀼트에 이어 박선영 침선장의 문을 두드렸고, 한복을 짓게 되었다.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으니 한복에 대한 생각에도 한계가 없다. 그녀는 철릭 원피스, 답호, 대금형상의, 연안김씨 저고리, 순천 김씨 저고리, 배냇저고리 등 옛 유물 속에서 한복을 재현한다. 프랑스 레이스, 영국 리버티 원단, 인도의 사리 등 소재를 활용하는 폭도 넓다. 오트 쿠튀르 한복과 한복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브랜드 ‘차이 김영진’, 한국 전통 연희 중 하나인 남사당놀이의 자유롭고 노매드한 감성을 기본으로 하는 기성복 브랜드 ‘차이킴’. 그녀는 두 브랜드를 이끄는 자신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 이로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선생을 언급한 적이 있다. 남다른 한복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엄청난 힘이 되어주었다고. 그녀의 이런 색다른 행보가 마냥 환호로 가득 찬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전통은 곧 과거에 머물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혹은 한복이라는 전통 복식업계에서 그녀의 존재는 때론 ‘다름’이 아니라 ‘틀림’으로 여겨졌을 것도 같다. 하지만 디자이너 김영진은 그런 반응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다. 패션은 혁명이라는 그녀는 더욱더 다르게,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물로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다. “나의 라이벌은 바로 나 자신”이라며 본인의 컬렉션과도 ‘차이’가 나는 ‘차이’ 한복을 만드는 그녀. “저는 한국적인 선과 정서를 담아 글로벌하면서 동시대적인 우리 옷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제가 말하는 ‘차이(差異, difference)’란 ‘나는 너와 달라!’라는 선언이 아닙니다. 옷으로 따지면 섬세함으로 차이를 만드는 것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의미가 더 커요.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상생하는 삶을 이야기하죠.”

 

 

 

 

얼마 전 차이의 첫 매장인 연희동 매장에 새롭게 차이킴을 냈다.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이 함께 힘을 보태 완성한 곳이다. 그녀는 오픈 파티에서 한복을 입은 대학생, 한복을 입고 결혼하길 원하는 젊은 여성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복을 향한 젊은 층의 관심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 깊숙이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 한복은 이런 것이라는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차이’ 나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그녀가 수년째 타인에게 전하고 있는 말이지만, 그날따라 유독 간절하게 들렸다. 그녀와의 만남은 열흘 후 한남동 아틀리에서 다시 이어졌다. 과거 그녀가 살기도 했던 2층 양옥. 대나무 숲이 있는 정원에는 무청과 시래기가 가득하고, 바위 위에는 봄을 기다리는 모과가 놓여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만들어주었다는 진공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공간을 채웠다. 그녀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창 2018년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던 그녀는 2층 작업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각종 원단과 세계 각국에서 사 온 오브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구입한 책이 가득한 방. 그녀는 책상에 앉았다. “일하면서 인터뷰하는 것도 괜찮죠? 머릿속에 올해 해야 할 것들, 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해 2018년 초반부터 여유롭지가 못하네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른 옷

“패션이란 늘 ‘과거의 것을 배반하는 것’이니까요. 제가 했던 것과는 다른, 아니 여느 디자이너의 패션쇼와는 다른 무엇.
그것을 늘 고민하죠.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것을 해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는 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이렇게 바쁜 것은 올해 꼭 해내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겠죠. 2018년 계획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요?

매년 1, 2월이면 그해에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느라 마음이 바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죠. 특히 패션쇼를 하고 싶은데, 비용, 시간 등 여러모로 조건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차이 김영진 책도 내고 싶어요. 내년에 완성하더라도 올해는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어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책 만들기는 매년 과제였네요. 하하.

패션쇼도 ‘차이’ 나게 하실 것 같네요. 하고 싶은 패션쇼는 어떤 모습일까요?

‘한복’이 ‘패션’이라는 생각도 새로운 것이거든요. 최근 젊은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런 개념이 자리 잡아가고 있어요. ‘정말 세련되게 한복을 즐기는 방법은 뭘까?’라는 생각. 한복 치마에 가죽 재킷과 워커를 매치할 수도 있고, 청바지에 저고리를 입을 수도 있죠. 그런 개념으로 색다른 패션쇼를 시도해보고 싶어요. 패션이란 늘 ‘과거의 것을 배반하는 것’이니까요. 제가 했던 것과는 다른, 아니 여느 디자이너의 패션쇼와는 다른 무엇. 그것을 늘 고민하죠.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것을 해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는 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어느 누구도 하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쇼를 했는가, 정말로 ‘차이’가 ‘차이’를 만들고 있는가! 디자이너로서 나만의 문법을 창조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기분에 사로잡혀요.

남들과 ‘차이’가 난다는 것, 그 ‘차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시도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것을 과감히 실천하는 것. 내가 잘 아는 영역이 아닌, 잘 모르는 영역에 뛰어드는 것. 그런 용기, 모험, 도전, 확신 등에서 미세하지만 완벽한 ‘차이’가 생기죠.

그럼 그런 마음으로 도전한 것이 있었나요?

차이킴의 철릭 원피스 같은 경우죠. 자연주의적이면서 자유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발견한 것이에요. 지금은 이것보다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죠. 그런데 그게 참 어려워요. 저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은데, 주변 상황(비용, 판매, 재료 수급 등)을 고려하다 보면 늘 세모가 되거든요. 올해는 반드시 동그라미를 그릴 거예요!

한남동 차이 아틀리에는 어떤 곳인가요?

얼마 전 차이킴 매장을 오픈한 연희동 작은 골목길의 매장이 원래 첫 번째 차이 매장이었어요. 그때는 한복보다 아트, 공예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 형태였죠. 그러다 2005년 한남동으로 이사를 왔어요. 이곳에서는 한복을 중심으로 갤러리와 함께 운영했죠. 나름 상황에 따라 조금씩 개조했는데, 지금은 1층은 쇼룸과 응접실, 2층은 작업실로 쓰고 있어요. 1층에는 한쪽 벽을 통창으로 만들어 햇빛이 잘 들죠. 특히 진공관 스피커가 놓인 안쪽 응접실에서는 창밖으로 정원이 보이는데, 정원에 심어둔 꽃과 대나무, 대나무가 서로 부딪히면서 내는 아름다운 소리가 잘 들리죠. 자개장을 좋아해 많이 모았어요. 주로 황학동에서 구한 것이죠. 어떤 분이 제보를 해주셔서 길거리에서 구한 것도 있고요.(웃음) 한복 숍이자 갤러리로 운영한 탓에 여러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작품을 많이 구입했는데, 정경심 작가의 작품을 특히 좋아해요. 도예 작품으로는 입구 현관에 놓인 달항아리의 주인공 권대섭 작가, 일본의 수미 리오코 작가, 김정옥 작가, 성석진 작가 작품을 좋아하죠. 이 중에서도 귀한 인연을 꼽자면 수미 리오코 작가예요. 지인의 소개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정말 도자기만 아는 작가예요. 매번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녀에게 푹 빠졌고, 그만큼 그녀의 작품이 더 좋아졌죠. 몸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궁금해요. 그녀가 무척 보고 싶네요. 이 순간.

 

 

창조와 발견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영감을 어디에서 얻나요? 동서양 물건으로 가득 찬 방을 보니 세계 각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수집할 듯한데, 어떠세요?

모든 일상이 저에게는 아이디어입니다. 일부러 영감을 찾으러 여행을 가지는 않아요. 특히 해외여행은 일과 관련한 목적 외에는 잘 가지 않아요. 휴식을 취하고 싶으면 짧은 일정으로 지방을 여행해요. 봄이 오면 꽃을 보러 남쪽 동네로 가거나, 시골 오일장 등 장터로 향하는 것을 좋아해요. 해외여행으로는 최근 2018년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하기 위해 원단을 찾으러 인도, 모로코에 다녀왔어요. 모로코 마라케시에 있는, 이브 생 로랑의 파트너이던 피에르 베르제가 생애 마지막으로 완성한 이브 생 로랑 마라케시 박물관에 다녀왔는데, 정말 인상 깊었죠. 특히 건축물이 좋았어요. 콘크리트, 테라코타 벽돌로 이루어진 벽이 서로 대비를 이루면서 만들어내는 곡선이 입체 조각 같더군요. 그에 관련된 책도 사 왔어요. 한번 이렇게 해외에 가면 무겁도록 책을 사 가지고 와요.

눈에 보이는 곳곳에 책이 놓여 있네요. 그림과 각종 오브제도 많은데,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2층 작업실에 놓인 책은 주로 해외, 국내 패션 관련 자료, 디자이너 아트 북, 한복 전통 유물 자료 등입니다. 수년간 모은 것이죠. 그림은 2층보다 1층 쇼룸에 더 많아요. 이곳을 갤러리 겸 한복 아틀리에로 운영한 적이 있어서 여러 작가의 작품이 자리하고, 저 또한 한때 미친 듯 회화 작품과 공예 작품을 수집한 적이 있죠. 지금은 아끼는 것들만 두고 나머지는 주변 사람들과 나누었어요. 오브제 중 대부분은 선물 받은 것인데, 진태옥 선생님이 주신 노트와 남편에게 선물 받은 돼지 오브제가 기억에 남네요. 돼지 오브제는 제가 돼지띠이고, 돼지가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가 있어서 하나둘 모은 것이에요.

 

작품을 컬렉션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을까요?

물론 제 마음을 움직일 만큼 좋은 작품이 가장 우선이지만, 무엇보다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작가의 작품이 좋아요. 박희섭 작가의 공예품은 자개라는 전통 소재를 모던하게 풀어내고, 정경심 작가의 그림은 동양화지만 오늘을 이야기하죠. 이렇게 자기만의 색깔로 전통을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저와 많은 부분이 비슷한 작가의 작품을 주로 구입해요.

최근에 발견한 작가가 있나요?

요즘에는 전시를 잘 보러 다니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2005년쯤, 많은 전시를 보러 다녔고, 컬렉션도 많이 했죠. 요즘은 '내 '것에 집중하다 보니, 타인의 것에 마음이 끌리지 않더라고요. 요즘은 그저 제 일, 제 삶에 몰두하고 있어요. 그래서 작가보다 과거에는 만나지 않았던 타 영역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것 같아요.

그럼 그런 만남에서 작업의 영감을 받으시나요?

만남에서 얻기보다는 혼자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요절한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 다큐멘터리를 보았어요. 그녀가 활동했을 때 저는 영국에 있었는데, 얼마 전 그 영상을 보고 그녀의 재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죠.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다들 천재 뮤지션이라고 부르죠.

저는 그녀가 천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남다른 재능을 지닌 인물이죠. 천재는 피카소 같은 인물이라 생각해요. 저는 무용가 피나 바우슈처럼 자신보다 타인을 뛰어나게 만드는 사람을 존경하죠. 그녀는 틀에 갇힌 기존의 무대를 거부하고, 춤, 연극, 노래,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벽을 허물고 20세기 무용의 흐름을 바꿔놓았어요.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주변을 바꾸었죠.

 

 

원형과 변형을 결합한 한복

 

“차이 김영진은 18세기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볼 수 있는 한복의 가장 아름다운 비율과 직배래, 항아리 라인을 기본 콘셉트로 하는데,
여성스러워서라기보다 이 모양새가 전통 복식이 더 가깝기 때문이에요. 소재가 달라져도 한국적 미학이 느껴지는 것은 이런 선이 전하는 분위기가 있어서죠.”

왜 한복에 이끌렸을까요?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패션에 대한 열정은 크게 없었거든요. 하지만 패션 일을 하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복 또한 처음은 취미였지만 점차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들었죠. 지금까지 모든 과정이 저에게는 그냥 자연스러워요. 일부러 목표를 정하고 도전한 것이 아니라, 제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한복은 동시대적인 한복이죠. 이는 파격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번에 궁궐에서 신하들이 입었던 달령을 재해석한 옷을 만드는데, 이를 위해 원래 모습을 연구했어요. 우리가 드라마, 영화에서 보는 달령과 실제 책, 박물관 속 달령의 모습은 차이가 있거든요. 컬러도 핑크였어요. 홍화 씨로 염색하면 붉은색을 내기가 어려워 핑크 정도로 마무리한 것이거든요. 이처럼 원래의 모습, 원형을 일단 찾고 이를 완벽하게 복원한 후 비율, 소재, 형태를 현대적으로 변형해야 합니다.

 

전통을 재해석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하면 세련되게, 동시대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그 포인트 잡는 것을 가장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그렇죠. 과거의 것을 무조건 반전시킨다고 현대적인 것이 되는 게 아니고, 미래적인 것과 무조건 연관시키는 것도 썩 어울리지 않고. 참 어려운 일이죠. 우선 과거의 것을 잘 알아야 응용할 수 있어요. 화려한 컬러로 천연 염색한 이 천을 보세요. 한복으로 만들면 굉장히 파격적일 것 같지만, 이상해 보일 수도 있거든요. 이 천에 적합한 형태감도 고려해야 하죠. 전통을 모던하게 해석하려면 많은 요소를 생각해야 해요. 언뜻 쉬워 보이지만, 전혀 쉬운 일이 아니죠.

어느 순간이든 본인의 한복을 입고 계신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비단으로 만든 화려한 문양의 철릭 원피스를 입고 계셨던 파티 때 모습은 섹시하기까지 했어요. 한복을 더욱 고와 보이게 하는 매무새가 있을까요?

옷에 따라 사람의 태도와 몸짓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여자들에게 한복은 여성성을 잘 드러내는 옷인 것 같아요. 한복을 입을 때는 걸음걸이가 중요합니다. 항상 손을 모은다고 생각하고, 어깨선까지 같이 모아야 더욱 예뻐 보여요.

침구 같은 라이프스타일용품도 시도하셨죠?

연희동 차이킴 매장에서 관련 제품을 소개하고 있죠. 십자수용품을 더 선보이고 싶었는데, 생산 자체가 어렵더라고요. 현실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비용, 시간, 효율 문제 때문에 사장된 것이 많아요.

본인이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디자이너가 있을까요?

진태옥, 홍미화, 한혜자, 루비나, 설윤형 등 다수의 초창기 한국 디자이너들을 존경해요.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한국의 오리지널리티,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있는 좋은 디자이너가 너무 많아요. 생각해보면 그 시대 그런 패션을 추구했다는 것이 참 놀라워요. 그 시대에 그들이 활동한 모습과 결과물, 그들과 나눈 인터뷰 등을 묶어서 책으로 남기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선생님도 소재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시잖아요. 레이스, 시스루 소재, 자카드 실크, 프린트 순면 소재, 모피 등 한복에 연관조차 짓지 않던 소재로 한복을 만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요.

한복은 소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소재만 바꾸어도 다른 분위기를 풍기죠. 한복은 전통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프랑스 레이스, 영국 리버티 원단 등을 겉감에 쓰고 안감은 우리나라 전통 소재와 섞어서 쓰고 있어요. 특히 몸에 닿는 부위에는 자연 소재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화학섬유나 재생섬유로 만든 옷을 입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거든요. 내가 입을 수 없는 옷은 다른 사람도 입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리넨, 오가닉 면, 실크 같은 자연적 소재를 주로 사용하죠. 늘 새로운 원단을 찾으러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가는데, 이번 여행길에서 사리 원단을 사 왔어요. 2018년 새로운 컬렉션이 될 아이(?)들이죠. 소재만큼 선의 느낌도 중요해요. 차이 김영진은 18세기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볼 수 있는 한복의 가장 아름다운 비율과 직배래, 항아리 라인을 기본 콘셉트로 하는데, 여성스러워라기보다 이 모양새가 전통 복식이 더 가깝기 때문이에요. 소재가 달라져도 한국적 미학이 느껴지는 것은 이런 선이 전하는 분위기가 있어서죠.

 

“죽을 때까지 잘해봐야죠. 한번 반짝 히트작을 내기는 쉬워요. 지속하는 것이 어렵죠.
저는 최고이던 사람이 계속 최고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의 허들을 계속 뛰어넘어야죠.”

요즘 본인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바로 자신을 뛰어넘는 일이라고 하셨어요.

네. 시간이 갈수록 남들 이야기에 더 상처를 받는 것 같아요. ‘네가 뭔데, 네가 뭘 알아?’라는 식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배척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하지만 늘 변화하는 존재가 되려면 고집, 아집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해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가장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자가 살아남는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피카소 같은 사람. 거리낌없이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둘 줄 아는 인물이었잖아요. 저는 그 경지까지 다다르려면 아직 멀었어요. 자유롭게 작업하고 싶은데, 늘 제 마음 같지 않더라고요. 어떨 때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해놓고 후회하기도 하고요. 죄책감이라고 할까요. 이런 여러 가지 사사로운 감정이 아직 제 발목을 잡아요. 이런 것들을 초월해야, 제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버려야 더욱 새로워질 텐데 말이죠.

그렇죠. 아티스트는 늘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것이 신기루일지라도.

아티스트는 늘 감정이 충만해야 해요. 하지만 현실의 삶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저도 어릴 때는 반짝반짝하는 기지와 순수함으로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되고 싶은데, 적극적으로 제 감정에 뛰어들지 못해요. 저는 이곳 디자이너지만, 한편으로 대표이기도 하니까요. 예술가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대표로서 점점 책임이 무거워지고요. 스태프나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힘들어지죠. 삶과 일이라는 현실이 감정을 메마르게 하는 것 같아서 슬프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감정이 메말라가니 과거처럼 열정과 바람으로 ‘케미’를 내는 관계를 맺기도 힘들어져요. 이렇게 투덜대니 꼰대 같네요. 하하.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왜 좋아하는 일을 즐기지 못하지?’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죠.

오너이자 디자이너인 패션 브랜드 대표들은 다들 이런 생각을 할 거예요. ‘예술 감각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요. 그래도 연희동에 차이킴 매장을 낸 것은 아직까지 뜨거운 마음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그렇죠. 연희동 매장은 저의 뿌리이기도 하니 무척 큰 의미가 있어요. 이상을 추구하며 돌진하다가 현실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어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가!’란 생각도 들고. 하하. 어리석은 짓 같아도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일단 하는 거죠. 현실과 이상에 각각 발을 담그기 위해 한편으로 오페라 같은 공연 무대에서 예술적인 활동도 하고요. 그러면서 균형 지점을 찾는 것이죠.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의 테이스트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조지아 오키프. 그림보다 그녀의 삶이 좋다. 그녀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즘그 자체다. 우리는 그녀처럼 솔직하게 살 수 있을까?

요즘 가장 깊이 고민하는 것은?

나이가 더 들었을 때 나의 모습. 종종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생각한다.

본인의 아틀리에에 필요한 물건 세 가지.

스탠드 조명, 작업 테이블, 음악.

좋아하는 음악은?

클래식. 어릴 때 재즈를 좋아했는데, 나이가 드니 재즈보다 클래식 음악이 끌린다. 또 김소희 선생의 구음 아리랑.

지금 떠난다면 국내 어디로 향할까?

남해. ‘콩밭 매는 아가씨야~’라는 가사가 어울리는, 어슬렁어슬렁거리고 싶은 동네다.

여행 스타일은?

나무과 산이 어우러지는 고요한 풍경을 좋아한다. 관광 명소는 잘 안 다니는 편이다.

자주 가는 맛집이 있다면?

깔끔하게 한식을 내는 한남동 ‘단비’, 곰탕 잘하기로 유명한 ‘하동관’, 고기가 먹고 싶을 때 주저하지 않고 찾는 이태원 ‘정육점’, 칼국수, 콩국수가 먹고 싶을 때 찾는 을지로 ‘충무 칼국수’, 구기 터널 근처 돼지고기 식당 ‘삼각산’, 중국집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서래마을 내 ‘황제’.

정원에 무청을 말려놓으셨던데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세요?

사실 요리보다 먹는 것을 좋아하죠. 하하. 점심은 여기 스태프들과 요리해서 먹는 편이에요. 도와주는 분이 있어서 그분이 챙겨주신 반찬을 응용하는 정도로 요리를 하죠. 하지만 김치는 반드시 직접 해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김장할 때는 좀 힘이 들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요?

김치를 좋아해요. 특히 백김치. 화이트 와인과 정말 잘 어울리죠. ---앞부분 빨간색과 중복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의 백김치 레시피(4인분)

마당에 무청과 모과를 말려 놓았을 정도로 요리를 좋아한다. 스태프들이랑 함께 요리를 해서 먹고 있기에 많은 양의 김장을 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백김치다. 슴슴한 맛이 나 샐러드처럼 수시로 즐긴다. 백김치가 없을 떄는 샐러드 만드는 방식으로 간단해 만들어 즐긴다.피노 누아,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재료

절인 배추 2포기, 다시마 큰 사이즈 3~4장, 무1/2 개, 갓 3개, 마늘 15개, 생강 3개, 대파 흰부분만 2개, 고추씨 3T, 소금 5컵, 새우젓〮멸치액젓 〮 매실액 〮 고추가루 약간씩


1. 물을 냄비에 배추 양만큼 넣고 다시마를 넣은 후 하루 정도 불린다.

2. 1의 물을 끓인 후 다시마를 건지고 식힌다.

3. 무는 폭 3cm, 넓이 2.5cm, 두께 0.3cm로 썰고, 갓과 대파는 3cm로 썬다.

4. 마늘과 생강은 즙을 낸다.

5. 썰어 놓은 무, 대파, 갓, 마늘, 생각즙, 고추가루를 버무려 속을 만든다.

6. 식힌 다시마물에 소금 〮 새우젓 〮 멸치액젓 〮 매실액 등을 넣어 간을 맞춘다.

7. 절인 배추에 속을 채 운다.

8. 속을 채운 배추를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고 준비한 6의 김치 국물을 넣는다.

ABOUT ARTIST ROOM

진주식당은 아티스트의 의식주를 통해 삶의 취향, 신념, 철학을 섬세하게 탐험하려 합니다.

Creative Director | Kang JinJu
Writer | Gye Anna

디자이너 김영진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http://tchaikim.co.kr
https://www.instagram.com/tchai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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